2011년 2월. 막 신입사원 연수가 끝나고, 부서 배치가 되었을 때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공채 동기 한 명이 소개팅을 해 주겠다고 합니다.
제 나이 서른. 25세까지는 결혼하라는 아버지 말씀을 듣고 살아온 터라 24세부터 결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길게 진득하게 만날 수 있던 사람이 거의 없었고, 결혼하고 싶던 사람도 없었고.. 얼마 전 그나마 길게 만난 남자친구와 헤어진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들어온 소개팅은 나가야 한다고 나갔습니다. 한 살 많고, 여의도에서 일한다, 본인과 같은 학교 선배다 까지만 듣고 이름도 모르고 나갔습니다.
이렇게 적은 정보만 듣고 나간 소개팅은 처음이었는데도 어쩐지 불안함도 없었습니다. 당일, 동기와 손 붙잡고 소개팅 장소로 향했습니다.
장소는 당시 꽤 인기있던, 매드포갈릭입니다. 이 가게 때문에 구운마늘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원래 구운마늘을 좋아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엄청 좋아한 장소입니다. 미리 와 기다리고 있던 그는, 생각보다 키가 크고 훈남인 편이었고,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것 같았습니다. 슬슬 적당히 장난도 걸어오고, 제 장난도 잘 받아칩니다. 대화의 리듬이 잘 맞는다고 할까요?
마구 가슴 설레는 첫 만남은 아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1차는 마무리하고 동기는 들어가고, 2차는 둘이 따로 이자까야로 가서 백세주를 시켰습니다. 저는 원래 청하 파입니다만, 돈 좀 쓰는 날에는 백세주도 마십니다. 그리고 둘이 무려 3병을 해치웠습니다. 본인이 하는 일, 본인 부모님 이야기까지 자세히 해 줍니다. 첫 만남에 가족 이야기까지 해 주는 게 마음에 들었다는 사인으로 느껴집니다. 그렇게 가벼운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거든요. 2차는 제가 내겠다고 했으나 가벼이 거부당하고 심지어 택시로 집에 데려다 줬습니다. 매너가 정말 좋다고 느꼈습니다.
그 후로 매일 연락을 주고 받았지요. 두 번째 만남에서는 아예 저희 집 근처로 와 주네요. 저희 집이 도심에서 좀 멀어요.. 그래서 조금 더 편하게 있는다는게... 2차에 도쿠리를 몇 병을 마셨나 모르겠습니다. 서로의 가치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정말 비슷한 점이 많았습니다. 놀라웠고 반가웠지요. 배려 라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대하는 것이, 작은 것 하나에도 매너와 규칙, 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비슷했습니다. 술 좋아하는 것, 고기 좋아하는 것까지 비슷합니다. 호감이 커지고 신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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