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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2011년 3월 18일부터 사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따뜻한 날씨.


역시 늦잠을 잔 그와 12시 다 되어서 만나서는 손 잡고(그의 차를 타고) 영종도로 출발!


점심은 쌈밥집... 근데 보쌈이 나왔습니다.
전 (임신 전까지는) 보쌈을 못 먹었습니다. 그 굽지 않은 돼지 냄새가 힘들었습니다.

그는 굉장히 당황해 하면서 비계부분을 다 잘라주었습니다.
저도 당황했지만 먹을 만 해서 여러 점 먹었습니다.

그가 자꾸 부모님이 보고 싶어 하신다, 부모님 뵙고 싶다 이야기를 꺼내서,

왜 자꾸 저런 이야기를 벌써부터 꺼낼까, 정말 만날 생각인건가? 궁금했습니다.

 

그가 아버지는 언제 만나면 되냐고 또 그래서

내일 형부 생일이라 모이니 와도 된다고 하셨다 했더니 갑자기 긴장합니다.

엄청 긴장합니다.ㅋㅋ

 

그리고 네가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자기도 좋다고, 빨리 공인 받고 시작하면 좋다고.

대신 너도 빨리 어머니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음주쯤 잡으면 되겠다고...
내일 점심에 거기 갔다가 와서 나도 같이 할머니 바로 뵈러 가면 되겠다며.

 

이게 아닌데? 정말?

갑자기 저도 긴장이 되기 시작합니다.


오빠는
"만나기로 한지 이틀만에.. 내가 서두르는 게 아니구만??"
이랬다가도
"그래도, 네가 그렇게 얘기해주니까 너무 좋다.

아버지 보여드려도 될 만큼 너도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니까.
근데 이렇게 우리 빨리 뵈면 조만간 상견례 잡힐 수도 있어. 한 방이다?"

그..그런가?

저희 가족들이 어떤 성격인지 한 명씩 다 물어보네요.

잘 해야하니까 라면서..
그리고 형부 선물 사 가야 하는지, 케잌이라도 사 가야 하는지 묻습는다.

역시 섬세하네요.

그리고 영종도 을왕리 바다 보는데 너무 좋더군요. 시원한 바람 탁 트인 수평선..
그리고 따뜻한 그의 체온,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
행복한 시간 보내고..

송도 유원지로 향했습니다.
근데 완전 황폐해져 있었습니다.

예전에 오빠가 자주 갔던, 정말 좋은 유원지였다는데. 하지만 지금은.. 격세지감? ㅎㅎ

관람차를 타러 갔는데 그가 계속 뽀뽀하려 합니다.

저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는데...


계속 볼에 뽀뽀해 달라고 난리입니다. 10번은 받아야 한다고요.

저녁 먹으러 이동하려는데 현금을 못 뽑은 그는 톨게이트비를

미안해하면서 내 달라 했습니다. 800원.. ㅎㅎㅎㅎ


고기집을 가게 되니 처음으로 고기 함께 먹는다며 행복하답니다.

그럼 그 마음을 두 문장으로 표현해 달라니까
"너를 사랑합니다. 너무 행복합니다."
앗 벌써 사랑한다구? ^^*

또 고기와 함께 청하 3병을 먹고 노래방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키스해줄래' 부르고서는 키스당했습니다.
노래에서 하라는 대로 했다며..

그의 향수가 너무 좋습니다. 그도 너무 좋습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 너무 좋습니다.

 

그의 부모님도 좋네요.
제가 총명해 보여서, 그늘이 없어보여서 너무 좋다고,

어머니는 이미 70% 넘어가셨고,

아버지는 여자친구라는 거 자체만으로도 좋아하신다고.

딸 없어서 완전 좋아하실 거라고. 빨리 보고싶어 하신다고 하네요.

 

온 세상이 핑크빛입니다.

그리고 엄마가 빨리 들어오라고 전화하셔서 12시 40분쯤 들어갔습니다.

그러고도 또 밤에 통화를 했습니다.

"우리 오늘 첫키스했네. 저번에 한 건 제대로 한 게 아니니까. 너무 좋다.."

그러다 제가 졸아서 끊었습니다..

* * *

3일 뒤. 3월 21일.

 

말끔한 새 양복 입은 그가 완전 멋져 보입니다.

그래도 우리 둘이 한달은 만나고 부모님 뵙자고 하네요.

그게 모양새가 맞는 거 같다고, 사실 이것도 빠른 거라고.

 

보통은 1년 만나고 보여드리니까. 하지만 빨리 공인받고 싶은 건 사실이니까

한 달 후에 뵙는 걸로 하자고. 빼도박도 못하게 다 보여놓을 거라고요.

제가 매드포갈릭 좋아하니까 그리로 가자고 쿠폰도 프린트 해왔답니다.
"여기 가자니까 이렇게 좋아하는 애를 맨날 고기만 먹자고 끌고다니고..ㅎㅎ

오늘은 니가 좋아하는 와인도 마시자."
완전 사랑에 빠진 느낌입니다!

그는 밥 챙겨줄 걱정 안해도 된다고, 혼자 오래 있어서 집안일도 잘한다고,
질투 많으니까 사진 이렇게 다른 애랑 친하게 찍지 말라고 합니다.

행복합니다.

 

* * *

3월 25일.

그가 중간에 전화해오고 문자도 보내 오지만 오늘은 뭔가 가라앉아있습니다.

그렇게 기쁘지도 기대되지도 않습니다.

그는 업체와 만났다가 그대로 집에 가서야 전화해왔습니다.

 

서운합니다.

그런 걸로 서운해하다니.. 저도 참 어리네요.

그저 펑펑 퍼주는 사랑이 받고 싶은 건가봅니다.

 

그의 어머니는 4월 안에만 데려오라고 하셨답니다.

저희 부모님과 만나는 걸 다음주라고 이야기해놨다고 하니,

"아~ 4월 안에만 오면 된다고 하셨는데.

오빠가 한 달은 만나보고 만나자고 했었잖아.

응, 뭐, 괜찮아. 주말이 나을 거 같은데."

 

음.. 제가 성급했나봅니다.

사실, 혹시 부모님의 반대가 있거나 해서 헤어지게 될 만한 일이 있다면,

그런 측면은 초반에 검토해서 빨리 헤어져야지

시간 낭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30대가 되었다는 생각에 자꾸 마음이 급해졌던 것입니다.

그리고 부모님도 그의 적극적인 모습이 마음에 드셨던지,

남자친구 보여달라 안하셨었는데 이번엔 어째 빨리 보자고 하셨고.

그러다보니 한 달은 만나보자고 했던 그의 말을 잊어버리고

부모님과 약속을 잡아놨던 것입니다.

 

그런데 또 저렇게 말을 하니 뭔가 서운한거예요.

사귀기도 전부터 그런 말부터 하더니 날짜를 잡으니 자꾸 미루는 것 같고

역시 남자의 말은 공수표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고 시작해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들고.

그냥 봄을 즐겨야 할 시기인데, 또 겁이 나려 합니다.

 

* * *

4월 3일

 

먼저 저희 부모님. 여의도의 한 한정식 집에서 만났습니다.

정장을 입고 미리 기다리던 그가 연신 땀을 훔칩니다.

예의 바르고 밝고 진솔한 모습에 부모님도 마음에 들어하신 것 같습니다.

 

* * *

4월 8일

그는 40억짜리 빅딜 PT를 다녀왔다고 합니다.

거의 넘어온 거라고 보면 된다며, 그의 회사 상무님, 팀장님, 거래처 사장님까지 해서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는 능력자. 사랑하게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 *

4월 10일

그의 부모님과의 첫 식사.

엄청 긴장했는데, 따스한 분위기에 제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시고,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해 주시면서 술을 한 두 잔씩 함께 마시다보니...

그만 취하고 말았습니다!! 헉..

그리고는 첫 만남에 집이 근처니 집에 오면 어린시절 사진을 보여준다고 하셔서

그대로 따라 댁에 입성하기에 이릅니다..

기분이 좋으셨는지 그의 어머니께서 그의 사진을 한보따리 챙겨주셨습니다.

 

* * *

4월 22일

그가 제 형부와 막내 작은아버지와의 만남에 응했습니다.

정신없이 가족들을 만나고 있네요.

술을 너무 많이 먹여서 정신이 없어보입니다.

마지막에 그는 집으로 도망간 것 같습니다.

남자는 술을 먹여봐야 안다며, 그렇게 하신 것 같은데

속이 상하네요...

어쨌든 두 분 다 그에게 엄지 척.

부모님은 올해 안으로 시집가라고 하십니다.

사귄 지 한 달만에 엄청난 진전이 있네요.

 

* * *

제가 야근이라도 하는 날이면 그가 회사 앞으로 데리러 오기도 했고,

새벽에 세미나에 참석할 때면 데려다주면서 아침도 챙겨주었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잔뜩 받으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5월이 되자 결혼 준비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직까지도 남자의 말은 반이 공수표 라고 생각하고 있던 저는

그가 웨딩플래너를 먼저 만나보자 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반신반의하면서 그래 그러던가~ 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웨딩플래너를 만나러 갔을 때도 설마 정말 결혼 준비를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요.

 

5월 21일

웨딩플래너와 만나 이야기하고 잠시 담배를 태우겠다고 나온 그는

괜찮은 것 같다며 계약하자고 합니다.

응? 계약? 지금? 우리 결혼해?

저 플래너 어떤 것 같냐고 합니다.

"저 플래너는 인상도 좋고 괜찮은 것 같은데?"

"그렇지?"

그는 들어가더니 계약금을 지급하고 계약서에 사인했습니다.

우리 이제 정말 결혼하는 거라며.

!!!!!!!!!!!

 

그렇게 우리는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소개팅한 지 3달 반,

사귀게 된 지 2달 만입니다.

 

Posted by INTJ맘의일상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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